2007년 9월 10일 월요일

자유와 평등의 딜레마

2007년 9월10일(월) 경향신문의 포럼 내용중에 마음에 드는 것이 있어서 인용합니다.

= 자유와 평등의 딜레마 =

우리 사회는 꽤 긴 혐오시설의 목록을 가지고 있다. 쓰레기매립지, 장례식장과 납골당, 장애인 혹은 노인요양시설 등. 최근에는 실업계 고교까지 혐오시설의 목록에 추가되었는데 폐교 위기에 처한 동호정보공업고등학교(이하 동호공고)의 예가 그것이다. 서울 옥수동 남산타운 아파트 바로 옆의 동호공고는 그 자리에 초등학교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민들의 민원에 밀려 2010년 폐교될 예정이다. 보도에 따르면 5000가구가 넘는 아파트 단지를 건설하면서 초등학교 터를 마련하지 못한 채 인·허가가 난 것도 이상하지만, 특목고나 외국어고 혹은 인문계교에 대한 주민들의 선호와 공고를 없애 초등학교를 지으면 아파트값이 지금보다 10% 오를 것이라는 사실도 주요한 요인이라고 한다.

-경영권이냐, 노동권이냐-

백번 양보하여 이것이 부동산의 자산가치 비중이 높은 환경에서 재산증식을 위한 주민들의 자유로운 권리라고 하자. 그러나 21개 학급 650여명의 학생들과 향후 이 학교에 입학할 학생들의 교육 받을 권리가 사라진다는 문제는 덮어지지 않는다.

이와 유사한 자유와 평등의 딜레마가 비정규직과 사회적 취약계층 문제에서도 나타난다. 2006년 현재 비정규직은 정부 발표 545만7000명(노동계 발표 841만4000명)이며, 이들 중 43.2%가 월 소득 100만원 미만의 저임금 근로자이다. 저임금 근로자의 71.1%가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모두에 가입해있지 않다. 또한 정규직 대비 시간당 임금도 기간제가 71.6%라면 용역근로자가 42.3%로 직접고용 비정규직보다는 외주화 등 간접고용을 할 경우 고용의 질이 더 악화된다.

기업은 “계약기간이 만료된 근로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킬 것인지 아니면 외주를 줄 것인지, 또 다른 기간제 근로자로 교체 사용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경영진이 결정할 사항”이라고 한다. 왜냐하면 관리의 전문성과 운영 효율성 면에서의 이점은 경영자의 판단이며 세계화 시대에 기업이 취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자유로운 행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결과 특정 근로자가 낮은 임금과 근로조건을 감수해야 하고 사회보장에서 배제되어 시민으로서의 평등한 권리가 훼손되는 것에 눈을 감기 어렵다.

외국에서는 자유와 평등의 딜레마, 특히 고용에서의 차별과 인권훼손을 법적인 규제, 사회보장 정책 혹은 노사교섭이나 협의로 해결하는 제도나 관행을 만들었다.

미국은 1964년 시민권법 제7편에서 경영자가 인종, 피부색, 성 또는 출신국을 이유로 하여 개인을 고용하지 않거나 고용 거부 혹은 해고하는 것, 그리고 고용함에 있어 보수·조건·권리에 대해 차별하는 것을 금지했다. 또한 2000년 전국노사관계위원회는 용역 등 간접고용 근로자도 이익공동성이 존재할 경우 원청회사의 정규직 조합원으로 가입하여 단체교섭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프랑스는 해당 근로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효과를 갖는 영리적 목적의 인력공급을 금지했으며 여기에는 외주화도 포함된다. 독일에서는 아웃소싱 절차에 노동자가 참여하며 임금 및 사회보장에 관해서는 원청회사가 하청회사와 책임을 분담한다. 또한 스페인은 2006년 임시직 증가를 억제하는 노사정 합의에 재차 성공했는데 그 내용에 회사가 모든 계약직과 파견근로자들에 관한 정보를 노조에 통보할 의무가 포함되어 있다.

-비정규직 인권침해 막아야-

정신적인 것보다 물질적인 것에, 가능성 있는 것보다 수익성에, 미지의 것보다 이미 아는 것에 우위를 두는 것에 왈가왈부할 이유는 없다. 다만 그것이 특정 개인이나 집단의 인권이나 사회권을 침해한다면 문제가 달라진다. 1615년 홉스가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을 해결할 리바이어던 즉 강력한 국가를, 1762년 루소가 사회계약의 원리를 주창한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 사회가 외국에서 이미 수백년 전에 경험했던 문제를 지금 겪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에 썩 어울리지는 않지만 말이다.

-----------------------------------------

우리기업들은 세계화,글로벌,신자유주의를 표방하면서 그에 따르는 사회적 책임은 회피하고 있다. 미국을 따라가면서도 못된 것만 배우고 잘된 것은 모른척 한다. 우리사회의 건전함을 위한 포괄적인 교육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된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