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1월, 첫번째 해고를 당하고부터 나는 사회를 보는 시각이 많이 달라졌다.
나는 그동안 내가 선의로 대하면 상대방도 나를 선의로 대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고, 서로 믿으면서 살아가는 것이 미풍양속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나의 생각은 말 그대로 착한 사람들에게 적용되는 것이지 우리사회의 깊숙한 내부에 독버섯처럼 자리잡고 있는 부류의 인간들에게는 웃기는 이야기일 뿐이다.
해고를 당하게 되자 오히려 마음은 편해졌다. 인사부와 말싸움하기도 싫고 얼굴 보기도 싫었는데 이제 본격적으로 싸움이 시작된다고 생각하니 기쁘기까지 하였으나 미래에 대한 불안은 떨쳐버릴 수 없었다. 처자식이 있는 몸으로 기약없는 투쟁의 길을 언제까지 가야 하는지가 가장 문제였다. 일단은 마음을 추스리고자 몇달 쉬고나서 노동부를 찾아갔다.
부당해고 진정서를 접수하게 되었고 하나은행은 불려왔다. 아니 하나금융그룹 김승유회장이 왔었다고 나중에 염현정근로감독관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당시 나에게 감독관이 말하는 모습으로 짐작하건데 높으신 분을 노동부까지 오게해서 무척 죄송스러웠던 모양이다. 하기야 나도 김승유회장이 직접 오리라고는 짐작하지 못했으며, 그런면에서 보면 처음이라 깔끔하게 일처리를 직접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감독관이 감독관실에 직접 출두했었다고 말하지 않고 오셔서 제가 만났습니다라고 하는 것을 보아 다른 여러 잡범(?)들과 같이 앉아서 감독관에게 진술하기에는 모양세가 나지않으니 아마 따로 근처의 장소에서 만났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묵시적 갱신을 부정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당시 문제가 되었던 계약서는 내가 1996년에 입사하였다가 대리로 승진하면서 작성한 2001년 3월의 것이었는데, 만기인 2004년 3월까지 인사부로부터 새로운 계약서를 받지 못하였으므로 종전과 동일한 근로조건으로 묵시적인 갱신이 되었다는 것이다. 2006년 5월경 박승신팀장과 노동부에 함께 출석하였는데 당시 박팀장은 자필진술서를 써왔고, 내용은 오래전부터 나에게 계약서에 서명하라고 요구했었으나 내가 거부했다고 진술하였다. 그러나 계약서가 인사부로 온 시점이 2006년6월10일이기에 만기가 지난뒤에 계약서가 도착했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
드디어 1차복직 발령서를 받게 되었고, 매우 기쁜 마음에 인사부로 일단 오라는 의미를 나는 형식적인 절차로 생각하고 인사부로 출근을 하게 되었다. 거대기업을 상대로 복직발령을 받아낸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투쟁해본 사람들은 잘 알 것이다.
인사부로 2006년 6월5일 출근을 하였다. 예상했던 것이지만 인사부에는 자신의 잘못은 전혀 인정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나를 그동안 전혀 근무해본 적이 없는 사무지원부라는 곳으로 발령을 내겠다고 김형국과장이 노동부에서는 순한 양처럼 말하던 사람이 눈을 부라리며 나에게 목소리를 높였다. 10년동안 내가 근무하던 어음교환실직원들에게 인사부는 당신들은 다른부서로 갈 수 없다고 누누히 말해왔는데 나보고 다른 부서로 가라니 수긍할 수가 없었고, 나는 자리를 박차고 나올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일어서서 나오니까 김형국과장이 엘리베이터까지 따라나오면서
"어디 가시는 겁니까?"
"내가 어디를 가던 상관하지 마세요"
하면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나왔다.
그리고는 집으로 돌아왔고 다음날 아침에 알고 지내던 직원한테 전화가 왔다.
"차과장님 복직을 축하합니다. 사무지원부로 발령 나셨더군요. 그런데 이상하게 채용발령이던데요?"
나는 인사부로 전화를 했다.
"복직이 아니라 채용이라니 지금 무슨 일을 하고 계신겁니까?"
인사부 김형국 과장이 하는 말
"실수인 것 같습니다. 정정하겠습니다"
"하나은행 인사부가 동네 구멍가게입니까? 그런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하게? 정정을 하던지 말던지 마음대로 하세요"
하고 전화를 끊었다. 아마도 모든 직원들이 보는 인사발령인데 복직이라고 쓰기는 죽기보다도 싫었을 것이다. 거대기업이 일개 머슴으로 부리던 놈에게 졌다는 것을 스스로 표현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잠시후 또 다른 직원한테 전화가 왔다.
"차과장님, 이상하게 아까 분명히 채용발령이었는데, 금방 복직으로 바뀌데요? 하하하하"
나도 같이 웃었다.
"하하하하, 실수라고 하길래 마음대로 하라고 했더니 알아서 금방고쳐주네?"
나는 사무지원부로는 출근할 수 없다면서 계속해서 출근을 거부하게 되었고, 주변의 사람들은 그렇게 소망하던 복직인데 내가 출근거부를 하자 너무 놀랍다며 만류를 많이 하였다. 특히 어떤 분은 절대로 다시 이길 수는 없을 것이라며 적극 만류하였다.
이렇게 해서 나에게 2차 해고의 그림자가 다가왔고, 고대하던 복직의 꿈은 사라졌으며 나는 또다시 저항의 길로 접어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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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는 계속됩니다.
쭈~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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